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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단독]‘왕따’ 논란 카드사 직원에게 무슨 일이…
    • 등록일 2019-05-1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7
  • [단독]‘왕따’ 논란 카드사 직원에게 무슨 일이…  

     

    일러스트 김상민

     

    ‘이렇게 만든 건 ㄱ·ㄴ·ㄷ, 하지만 증명할 수가 없다. 직장 내 왕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수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수연씨(당시 43세·가명)가 지난달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왕따’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직무와 근무지 변경, 지속적인 낮은 평가 등 업무 스트레스가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씨는 2000년 신한카드(당시 LG카드)에 입사했다. 고졸특채 계약직이었다. 하지만 업무능력이 대졸 직원들에게 뒤지지 않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근속 10년이 되던 2010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본사로 발령받았다.

     

    경력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육아휴직 직후다. 김씨는 2014년 5월부터 그해 9월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입사 14년 만의 휴직이었고 기간은 3개월 반으로 길지 않았다. 남편에 따르면 김씨는 복직 후 자신이 10년간 해온 업무인 ‘카드심사’를 계속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김씨에게 ‘자동차 대출업무’를 지시했다.

     

    3개월 육아휴직 후, 낮은 인사고과 받아

    김씨는 열심히 했지만 새로운 지점장은 인사고과에서 김씨에게 2년 연속 C를 줬다. 2000년 입사 이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등급이었다. 평가의 근거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상대평가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설사 한 번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아내는 연속으로 C를 받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주변에서 이런 전례조차 못봤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센터 발령을 자청했다. 센터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이상한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먼저 사원인 후배가 대리직급인 김씨를 6개월간 교육하고 업무를 지시했다. 신한카드 측은 “업무 숙련도에 따라 하위 직급이 팀장을 하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누구나 꺼리는 업무는 김씨 몫이었다. 파견직 직원들을 해고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해고된 파견직 직원은 김씨에게 ‘한마디하는데 나이 처먹고 그렇게 살지 마라. 불쌍한 X’라며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보냈다. 카드를 직접 가지고 와서 무릎을 꿇으라는 민원도 김씨에게 주어졌다.

     

    당시 김씨가 가족과 나눈 대화를 보면 은밀한 괴롭힘, 왕따도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남편에게 ‘또 나만 왕따 시키려고 그러는데 (중략) 나 너무 화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에게는 ‘미안한데 나 외모 지적질을 너무 받아서… 옷 좀 빌려줘. 딱 대놓고 나만 지적받았어. 되게 모욕적으로… 돼지라는 소리까지 들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수연씨가 생전에 남긴 메모 / 유족 제공

     

    복직한 2014년 9월부터 사망한 2018년 4월까지, 김씨가 힘들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왔다. 김씨는 2015년 1월 정신과를 찾았다. 병원 진료기록을 보면 ‘회사를 쉬고 싶다. 나는 회사에서 쓸모 없는 존재다’ ‘거울이 무서워 집에 있는 거울을 부쉈다’ ‘약은 도움이 된다. 죽고 싶고 죽이고 싶고 미칠 거 같은 느낌을 덜하게 해준다’ 등의 내용이 있다.

     

    공책과 휴대전화에서도 ‘돈도 돈이지만 근본적인 자존감, 회사에서 지금 보릿자루 역할 담당하고 있고 대놓고 개무시당해서’ ‘할 말이 많으나 하지 않으면 비웃던 얼굴들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는 거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처음부터 C박이로 대놓고 시작한 ㄱ지점장 때부터 시작된 이 고통이. 어디서도 도망칠 수 없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있었다면…

    남편은 “아무리 누군가 미워도 자기 목숨까지 던지면서 해코지를 하려는 사람은 없다”며 김씨가 남긴 유서와 메모가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신한카드는 내부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파견직 직원을 해고하는 등의 업무가 주어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업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한카드 입장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김씨를 산재로 인정했다. ▲복직 후 근무장소 및 직무가 변경된 점 ▲정신과 의무기록에서도 업무 관련 애로사항을 호소한 점 ▲업무 체계에 대한 불만과 갈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한 점 ▲지속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받고 승진에서 누락된 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건을 대리한 노무법인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최근까지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필요’를 이유로 정신질환 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업무상 필요’를 넘어 승진 누락, 낮은 인사고과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고인이 정신적 이상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설령 따돌림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업무상 스트레스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노무사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맞지만 온전하게 그렇게 평가되지는 못했다. 적용되는 법률이 없어서 수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유서에 언급된 사람들의 행위를 밝히지 못했고, 인사고과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대해 해당 법을 두 차례 대표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9월에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는데 더 일찍 시행됐더라면 신한카드 사건과 같은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들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은 “지금까지 직장 내 왕따, 면벽 수행 등으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근로조건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규제할 법 조항이 없었다”면서 “안타깝게 이번 사건에서는 인정되지 못했지만 법이 시행되면 이런 사건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판단될 것이고, 사업주는 이를 예방할 책임이 있고 사건이 발생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9. 5. 12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2090100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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