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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택배기사 노조가 파업해도 힘 못 쓰는 까닭은…아직도 먼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할 권리’
    • 등록일 2018-11-3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0
  • 택배기사 노조가 파업해도 힘 못 쓰는 까닭은…아직도 먼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할 권리’

     

     

    지난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연대노조 등이 CJ대한통운 대전터미널 사망사고에 대해 ‘죽음의 외주화’ 근절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배송이 늦어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택배기사 노조의 파업은 지지합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택배종사자분들이 권리를 찾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산하 택배연대노조 파업에 대해 포털사이트에 답지한 ‘응원 댓글’들이다.

     

    최근 노조 혐오 정서가 강해졌고 택배를 받지 못하는 실질적 불편도 있었지만, 낮은 수수료를 받으며 고생하는 기사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시민들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사실상 ‘빈손’으로 29일 0시에 파업을 끝냈다. 배송 차질이 생기자 CJ대한통운이 파업 지역 택배접수를 중단하면서, 택배기사들이 거래처를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 합법 노조도 회사가 교섭 거부하면 끝?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택배기사는 형식상 택배회사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물건을 배송하는 개인사업자이지만, 동시에 노동자 성격을 가진 ‘특수고용노동자’다. 고용노동부는 택배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11월 택배연대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였다. 택배기사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사측이 정한 배송절차와 요금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나르고, 사측이 만든 업무매뉴얼을 따르며 지휘·감독을 받고, 특정 사용자에게만 전속된 업무를 한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노조는 지난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들에 수수료 체계 개선 등을 협의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이 거부했다. 교섭을 거부당한 노조는 회사와 협상해 성과를 얻어낼 방법이 없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가 근로자인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법원이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검찰수사가 진행중이고, 최근 법원에 단체교섭응낙가처분도 신청했다. 김진일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정부가 인정한 합법노조가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며 교섭을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1년 가까이 노조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며 “노조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 인정’에 소극적인 정부

     

    택배노조는 그나마 법적으로 ‘노동조합’이라는 인정을 받았고, 학습지 교사들로 구성된 학습지노조와 탤런트·성우·코미디언·무술연기자 등으로 구성된 방송연기자노조도 대법원 판결로 노조 지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대책회의는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운전노조가 대표적이다. 2012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전국단위 대리기사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법외노조 상태다. 1995년 생긴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 지난 12일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서울지역 대리운전노조만 교섭권이 있는 법내노조다. 이들은 대리운전 업체에 종속돼 일하지만 명목상으로는 역시 개인사업자다. 노조는 “20% 넘는 수수료와 각종 보험료 등으로 수입의 40% 가까이를 업체에 뜯기고 4대보험도 없는데 당사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조를 만들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미콘이나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기계노동자들도 건설사에 종속돼 일하지만 신분이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만여명 중 약 40%가 건설기계노동자다. 현장관리자들 지시에 따라 일하는 건 똑같지만 4대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고, 노후를 위한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공제부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

     

    ■ 경사노위에서도 법 개정은 거론 안 해

     

    고용노동부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건설노조에 수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 건설기계노동자 신분인 위원장이 뽑혀도 대표자 명의변경을 해주지 않아, 건설노조의 서류상 대표는 아직도 10년 전 임기가 끝난 전직 위원장으로 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노조법상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근로자’에 이들이 포함되는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법원은 돈벌이를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는지, 계약 내용을 회사가 정하는지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판단한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으나 노동계는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할 권리를 더 분명히 언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민주노총도 “노조법 개정 등 제도개선과 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이는 행정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지원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18. 11. 29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291735001&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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