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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플랫폼 통해 일감 맡는 ‘노동자 아닌 노동자들’
    • 등록일 2018-10-2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0
  • [뉴스 깊이보기]플랫폼 통해 일감 맡는 ‘노동자 아닌 노동자들’

     

    · 택시 파업으로 본 노동의 미래 ‘플랫폼 노동자’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건물 유리에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 모습이 반사돼 보인다. 연합뉴스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을 파고들어 자가용이 택시영업을 하려고 한다. 벼랑 끝에 놓인 택시 현실 속에서 생존권을 말살하는 대기업의 카풀앱 영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난 1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택시노조들, 개인택시 기사 등 6만여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했다. 발단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운전자용 카풀앱 ‘카카오T 카풀’이 낸 운전자 모집공고였다. IT업계 공룡인 카카오가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해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자, 택시처럼 영업할까 우려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집회는 기술발전과 디지털화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분출된 현장이었다. 2014년 글로벌기업 우버가 한국에서 우버X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에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우버X는 앱으로 승객과 일반 자동차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자동차 공유’라고 하지만 콜택시와 유사하다. 택시업계 반발이 이어졌다. ‘유사 택시’들의 운송사업을 금지하는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우버는 한 해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업체들이 카풀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현행법은 출·퇴근시간에 한해 돈을 주고받고 차를 함께 타는 카풀을 허용하고 있지만 출·퇴근시간이 언제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들이 ‘출퇴근 시간선택제’를 사용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 노동자 아닌 노동자들

     

    택시업계는 대기업인 카카오가 뛰어들면 카풀 시장이 훨씬 더 커져 규제가 소용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국토교통부는 ‘직장이 있는’ 사람에 한해 출·퇴근시간에 횟수 제한을 두고 운영하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투잡 카풀 기사’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시장이 활성화되고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커지면 외국에서 우버 기사들이 생계 목적으로 영업을 하듯 전업 카풀 기사가 생겨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도 카풀 서비스가 늘어나길 바란다. 한 리서치회사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어보니 73.5%가 “카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라 해도 개인택시를 모는 개인사업자, 택시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법인택시 기사,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사까지 노동형태는 다양하다. 여기에 우버 기사, 카풀 기사처럼 ‘노동자 아닌 노동자들’까지 끼어들 수 있게 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이 택시업계의 가까운 미래로 다가와버렸다.

     

    이전에는 음식점이 배달을 하려면 배달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고 일을 시켜야 했다. 지금은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의 앱에 접속해 배달 요청을 하면 근처에 있던 배달기사가 음식을 가지러 온다. 음식점 주인은 배달 건수에 따라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대행업체는 거기서 수수료를 뺀 배달료를 기사에게 내준다. 배달기사는 음식점 소속도, 대행업체 소속도 아닌 개인사업자다.

     

    ■ 플랫폼 노동자 전국에 9만명

     

    누군가와 고용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IT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돈을 버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 부른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다. 예전에는 고용된 노동자들이 일하던 업종이 플랫폼 노동으로 바뀌는 것이 흔해졌다. 이를테면 가사도우미 파견업체들은 인력풀을 만들어놓고 언제라도 앱을 이용해 수요자들에게 도우미를 보내준다.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가사도우미를 직접 구해 얼마를 줄지 정하고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택배기사처럼 근로계약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기존에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던 자리를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채우는 새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다. 앞으론 카풀앱이라는 플랫폼에 매인 택시기사들이 등장할 판이다.

     

        

    우버X를 규제해도 카풀 서비스가 커진 것처럼, 소비자들이 한번 선택하기 시작한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 비정규직 900만명 중 플랫폼 노동자는 약 9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내는 차량공유서비스 등 공유경제에 대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에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올해 안에 구체화시켜 내놓기로 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허용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유경제 기업들은 인력을 쓰는 사업주들과 플랫폼 노동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만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일 뿐이며, 자신들은 인력을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틀 안에서 보호받기 어렵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고용보험과 사회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일이 없어져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근로계약을 전제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전통적 노동자 보호 체계와 맞지 않는 ‘새로운 노동자 집단’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문제다. 사회안전망은 취약한데, 기존 노동자들보다 지위는 훨씬 불안하다. 근로기준법의 통제를 받아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는 노동자들과 다르게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고, 소득도 일정하지 않다.

     

    ■ ‘노동자’로 인정하고 법 체계로 끌어들여야

     

    이들을 기존 노동법 체계로 편입시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플랫폼 제공자가 단순 중개자가 아닌 ‘실질적 관리자’이니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사실상 면접 같은 절차를 두고 일할 사람들을 한번 걸러내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T 카풀은 운전자를 모집할 때 ‘최초등록일이 만 7년 이하인 준중형 이상 차량을 소유하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차량 사진과 운전면허증, 자동차보험증 등의 서류를 내고 승인을 받아야 ‘카풀 드라이버’로 일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다. 우버 운전자도 비슷한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비스 가격도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가 책정한다. 서비스 이용료는 일정 시간 동안 모아뒀다가 수수료를 차감한 뒤 한꺼번에 정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용 정산 과정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부 배달대행업체들은 유니폼과 안전모 같은 업무 도구를 지급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거나 근태를 관리하기도 한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한다는 근거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많이 벌어졌지만 판단은 엇갈린다. 영국 법원은 우버 기사, 배관회사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인했던 배관공 등을 노동자로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판결이 달랐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우버 기사는 노동자이므로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지만 필라델피아 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라고 봤다. 프랑스 노동법원도 우버 기사를 자영업자라고 판단했다.

    노동자 개념을 넓혀,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법이나 사회보험법으로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서도 형식상 개인사업자이지만 누군가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재보험을 일부 적용받는다. 정부는 일부 직종을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서비스 질을 컨트롤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자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이 있다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회안전망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라도 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법의 해석을 확장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지위를 줄지,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이들을 보호할지는 학자들끼리도 견해가 갈리지만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남지원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18. 10. 29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281718001&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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