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주보 하늘마음]2020년 4월 원고 <신부님, 사회교리가 뭐에요?>
“사회교리의 원리, 인간존엄과 공동선”
이주형 요한 신부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 코로나 이웃들의 고통
하늘마음 친구들 안녕하세요? 코로나 사태로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모쪼록 우리 모두 용기를 내도록 해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유래하는데, 전쟁, 기근, 역병 등의 국가적 위기로 민초들의 삶이 참담해지고 왕과 관료들이 수차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백성들이 풀뿌리를 캐어먹으며 온몸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버티던 상황을 각자도생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러나 이는 힘없는 민초들이 사랑하는 부모, 형제, 가족을 살리기 위한 사투였고 그 와중에도 모자란 양식을 나눠먹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하니 이 이야기는 실로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사태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어요. 새 학기를 맞이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과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하여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소시민부터, 가게와 사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어렵지 않은 이들이 없어요.
▢ 가톨릭 교회의 공동선 (Common Good)
그러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작은 돈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도 하고, 생필품을 나누기도 하며, 또 대구로 달려가 환자들을 돌보는 이들도 있어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이태리에서는 쥬세페 베라르델리 신부님이 어린 학생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양보하고 끝내 돌아가셨다고 해요.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 존엄과 공동선의 개념을 찾아볼 수 있어요. 친구들 공동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도 공동선을 가르치는데 그 의미가 매우 독특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공동선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운데 사회적 선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함이 아니며,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함께 공동선의 개념은 인간 존엄과 차별과 소외가 없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 “이웃사랑”의 원리 공동선과 가난한 이웃에 대한 우선적 선택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는 방법은 공동선을 지향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서로 따스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해법이라 강조하셨습니다. 성당에서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무엇인가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중요하지요. 바로 ‘인간 존엄’, ‘가난한 이에 대한 우선적 선택’, ‘공동선’이라는 가르침을 토대로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친구들, 분명히 우리 주변에는 나보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마스크 한 장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이웃들과 어르신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 차별과 무시 속에 머무는 외국인 형제자매들은 너무나 어려운 현실 속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사랑과 관심입니다.
언제나 모든 차원에서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바라고
또 이를 지향하는 사회는 공동선, 곧 모든 인간과
모든 사람의 선익을 그 으뜸 목표로 삼는 사회이다.
<간추린사회교리 165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