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일하고 쉬면 된다, 무덤에서” 분노 들끓는 청년세대
민주노총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부가 1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청년 노동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렇게 일하면 죽는다’며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청년 노동자들의 분노를 전하며 정부에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6일 정부는 현재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연속휴식 11시간 또는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만 지킨다면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연장근로 활용 등을 유연화해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장기 휴가를 독려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다면 1주 최대 69시간 근무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일에 야근을 매일 반복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 중 하루를 출근해야 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5일 연속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시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직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청년 노동자들의 경우 계속 과로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이양수 부위원장도 청년 노동자들이 이 제도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위원장은 “정부에서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휴가 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한국사회에서 자기 뜻대로 휴가를 쓸 수 있는 노동자들이 몇 프로(%)나 되나”라며 “그나마 노동조합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정이 좀 낫겠지만, 설령 노동조합이 있다 하더라도 젊은 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회사의 눈치를 보며 매일 잔업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라고 하는 건 노동자들에게 몰아서 일하고 또 몰아서 일하고 또 몰아서 일하다가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특히 청년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대다수 노동자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청년 노동자들도 직접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건설 노동자인 제치성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시스템 팀장은 “책상 머리에 앉아서 노동 인권에 역행하는 시도를 하는 자들에게 ‘딱 하루만 건설현장에 나와서 일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딱 하루만 일해보면 자신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바로 느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그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주 69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 건설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원하면 심야까지 일을 하고 새벽에 이슬을 맞으며 현장에 출근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에서 쉬는 것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에서 일이 필요할 때 우리에게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고, 일이 필요 없을 때에는 집에 가서 쉬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특히 건설 노동자들은 일용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쉬는 날조차 무급”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로서 정부에 묻고 싶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 제도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게 과연 청년들을 위한 정책인가. 그렇다면 당신들이 말하는 청년은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건설노조에 의해 건설자본의 불법 도급이 줄어들고 직고용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현장의 근로조건이 개선됐고, 이제는 청년 노동자들도 건설 현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주 69시간으로 노동개악을 강행한다면 이는 청년들을 건설현장에서 내쫓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겨레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미조직비정규직 차장은 “요즘 유튜브며, 게임이며, 모두 그 얘기(정부의 개편안) 뿐”이라며 “‘이것은 비혼 장려 정책이네요’, ‘이러다가 6개월 안에 죽겠습니다’, ‘주 69시간 일하고 쉬면 된다 무덤에서’, ‘청년들을 위한다면서 지옥으로 보내는 꼴이다’, ‘회사가 휴가를 보내줄까요’ 이게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이라고 여론을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청년들이, 많은 노동자들이, 많은 시민들이 일하는 곳에서 죽고 다치고 상처받고 있다”며 “우리의 바람은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만큼의 실질 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청년팔이’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청년들으 분노에 불을 더욱 붙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일할 때 확실히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쉰다’며 노동시간 개편안 필요성의 근거로 말했으며,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30 청년층의 경우에도 다들 좋아한다’고 말햇다”며 “하지만 올해 초 진행한 여론조사에 청년세대는 주 69시간에 대해 반대가 더 많았다. 특히 30~40대는 반대가 찬성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말하는 청년들은 대체 어떤 청년들인가. 더 이상 MZ세대 운운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지 마라. 청년팔이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